2019 04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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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하는 세계 속 우리의 메리 배드 엔드
KPC ■ 가희
PC 천 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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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영겁의 세월동안,
당신의 소중한 사람을 살리기 위해 무수히 많은 계약을 해왔습니다.
다시 보기 위해 세상의 모든 것들을 대가로 바쳐왔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를 바쳤다는 겁니다.
그러나 끝없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방금 전 @※▲&■#▦번보다 한번 더,
소중한 사람의 죽음을 눈 앞에서 목격했습니다.
이제 이 세계에 남은 거라곤 당신과,
당신이 발을 디디고 있는 이 작은 공간 뿐입니다.
...
이 곳은 어디죠?
이 곳은 어디죠?
당신을 담은 그 새하얀 공간이 이내 기형적으로 뒤틀리기 시작합니다.
알 수 없는 상황에 눈을 그저 눈을 꾹 감습니다.
???: 천 가현, 내 말 들려~?
그 때,
처음 보는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분명 이 세계에 남아있는 것은 없을텐데..
분명 이 세계에 남아있는 것은 없을텐데..

... 당신의 물음에 답하기엔,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거 같습니다.
...
1일차
기차역
이윽고 눈을 뜨니,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의 얼굴이 보입니다.
그런데,
어쩐지 당신과 꽤 닮았네요.

티를 내지는 않으려 하지만,
걱정스러워하는 낯선 목소리입니다.


아,
이곳은,
기차역이네요.
이상합니다.
… 분명,
기차역에 올 이유가 없는데 말이죠.
당신이 마지막으로 있었던 곳은…
여기가 아니였습니다.
갑자기 변한 공간에 놀란 당신이 걱정되었는지,
그가 빤히 바라봅니다.
… 이 사람은 대체 누구죠?
언뜻 비슷한 분위기를 풍깁니다.
혹시,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만들어낸 것은 아닐까요?
당신은 계속 외로운 싸움을 했으니 말입니다.
그래요,
당신이 만들어낸 허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도 그럴게 세상의 모든 것들은 당신이 계약의 대가로 바쳐,
더이상 남은게 없을텐데도 불구하고 있는 걸 보면 말이죠.
아니면 친근하게 보이기 위해,
당신과 닮은 모습으로 나타난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때,
열차의 경적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옵니다.
앞에 있는 사람의 말을,
전부 다 삼켜버리고 마네요.
예상했다는 듯이 그는 입술을 몇 번 달싹입니다.






자욱한 안개가 걷히고,
드넓은 공간 속 커다란 기차역이 또렷히 보이기 시작합니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거 같습니다.
… 아직 열차가 도착하지는 않은 것 같네요.
당신이 서있는 곳과 바로 건너편에는 승강장이 있고,
그 중앙에 [철도]와 구석의 [매표소]가 눈에 들어옵니다.
두 승강장 옆에는 아래로 내려갈 수 있는 철로 된 [계단]이 있습니다.


어디로 향하는지 알 수 없는,
긴 철도입니다.
저 멀리 자욱히 져있는 안개 때문에 철도의 행방을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틈으로 보이는 철도 밑을 살펴봐도,
안개 뿐입니다. \
천 가현, 지능 롤.

| 기준치: | 80/40/16 |
| 굴림: | 62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당신은 이 곳이 익숙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어렴풋이 기억납니다.
...
그렇습니다.
바로 당신의 소중한 사람이 24573번 째로 죽은 곳입니다.
선로에 떨어져, 좀비에게 물어 뜯기는 것을 목격한 장면이 마치 어제 일어났던 일처럼 선명합니다.
천 가현, 이성 롤.

| 기준치: | 75/37/15 |
| 굴림: | 48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이성치 감소 없음.
... 착각, 일까요?
그나저나,
세상에 분명 이 장소는 남아있지 않을 텐데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요?
기차역이라니.


기차표를 끊을 수 있는 매표소입니다.
그런데 직원이 보이지 않네요.
매표소를 살펴보는 당신을 바라보던 가희가 다가와 당신을 옆으로 잡아끕니다.

가희가 가리키는 쪽에는 승차권 자동 발매기가 놓여있네요.

커다란 화면에는 출발지도,
목적지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저 승차권을 발매하겠냐고 묻는 딱딱한 어조의 문구가 하나 적혀있을 뿐입니다.
화면 밑을 살펴보니,
녹색 버튼 하나만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버튼을 누르자,
표가 발권되어 나옵니다.
가희는 당신의 행동을 보더니 자신도 버튼을 눌러 묵묵히 표를 끊네요.

알아보기 힘든 언어로 적혀있습니다.
...
아,
기억납니다.
아득히 먼 예전,
당신의 소중한 이가 그 곳에서 죽은 다음에 세상의 기차역이란 기차역은 모두 그를 살리기 위한 대가로써 넘겨버려서..
덕분에 그와 함께 돌아다닐 때 꽤 고생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자동차는 이미 한참 전에 넘겨버렸었으니까요.
교통사고를 더 목격하는 건 끔찍하잖습니까.
물론 대중교통도, 차도 이용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지만요.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오히려 잘한 일이죠.
그 사람의 손을 잡고 걸을 수 있던 나날은 행복했었는걸요.
그리고 그 즈음이면 땅도 많이 남아있지 않아서...
기차가 필요없었으니까요.
길도 마찬가지입니다.
목적지는 단 하나였으니 다른 게 필요 없었죠.
… 잠깐,
그런데….
누구였죠?
당신의 소중한 사람 말입니다.
당신은,
소중한 사람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천 가현, 이성 롤.

| 기준치: | 75/37/15 |
| 굴림: | 92 |
| 판정결과: | 실패 |
| 기준치: | 75/37/15 |
| 굴림: | 58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1d4 롤.

rolling 1d4
()
4
4
이성치 감소. -4
그런 당신의 모습을,
가희는 그저 지켜봅니다.
어쩐지 표정이 조금 슬퍼보이기도 하는 것 같지만,
착각이겠죠.

어딘가 난간이 위험해보이는 철제 계단입니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계단이 중간에서 끊겨있는게 보입니다.
역 주위를 둘러봐도 보이는 것은 정체를 알 수 없는 파편들과 안개,
그리고 하늘 뿐입니다.
아니,
정말로 하늘입니까?
이 역은 공중에 떠 있는 걸까요?
이 곳은 도대체 어디인가요?
천 가현, 행운 롤.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84 |
| 판정결과: | 실패 |
계단을 살펴보던 와중,
갑자기 들려오는 쿵 하는 소리에 놀라 아래로 떨어질 뻔한 것을 난간을 붙잡아 가까스로 막았습니다.
그러나 때마침 불어온 바람에,
가지고 있던 기타초크가 아래로 날아가버립니다.

위에서 가희의 놀란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그 때,
저 멀리서 요란한 경적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합니다.
이내 짙은 회색의 커다란 열차가 승강장에 도착합니다.



그나마 다행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처음보는 사람이지만
한 명이라도 남아있으니까요.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써버린 줄 알았는데,
아직까지 남아있는게 있는 모양이니 말입니다.
3일 후 다음 계약으로 당신이 그토록 염원하던 것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난 것입니다.
바로 당신의 그 소중한 사람을 구할 기회가요.
비록 그 사람이 누군지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해도..
당신이 바쳐온 지난 세월의 염원이 사라진 것은 아니니까요.
열차 내부
당신은 가희와 함께 열차에 탑승합니다.
열차 내부는 세개의 칸으로 이루어져있으며,
당신과 가희가 들어온 곳은 첫번째 칸으로,
순서대로 1,2,3칸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꽤 넓은 열차 칸에는 당신과 가희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보이지 않습니다.
칸의 끝에는 다음 칸으로 향하는 문이 보이네요.
칸 내부 양 옆으로 총 6개의 2인용 좌석들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에 자리잡은 가희가 옆자리를 툭툭 두드립니다.


두번째 칸으로 들어가니,
싸늘한 공기가 느껴집니다.
역시 칸 내부에는 당신과, 전 칸에 있는 가희 말고는 사람이 없는 거 같습니다.
벽에 달려있는 [난방장치]와 3개로 줄어든 2인용 [좌석]이 보이네요.
칸의 끝에는 다음 칸으로 향하는 문이 보입니다.

칸 내부의 서늘한 온도에,
분명 전원이 켜져 있지 않다고 생각했던 난방 장치는 전원이 잘 들어와 있습니다.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걸까요?

온도 조절을 해도,
느껴지는 것은 마찬가지일 뿐입니다.

순서와 관계없이 모두 같은 좌석입니다.
짙은 회색의 2인용 좌석들이며,
별다른 건 없어 보입니다.

... 만져봐도 차가울 뿐입니다.

열차의 마지막 끝칸입니다.
이어지는 칸이 없는 모양인지 당신이 들어온 문을 제외한 다른 문은 보이지 않습니다.
내부의 중앙에 작은 [테이블]과 1인용 [의자]가 놓여져있습니다.
열차 안은 여전히 싸늘합니다.

새하얗고 둥근 테이블입니다.
정 중앙에는 유려한 디자인의 [찻잔] 하나가 놓여있습니다.

물기 하나 없는 찻잔 속에는 기묘한 분위기의 새하얀 작은 [파편]이 하나 들어있을 뿐입니다.

당신의 손이 닿은 순간,
파편이 희미하게 빛을 내기 시작하더니 이내 당신의 손으로 녹아들어갑니다.
그리고 심장으로,
머리로 퍼져나가기 시작합니다.
그 사람,
당신의 소중한 사람의 온기를,
체온을,
그 사람이 살아있던 시절 느껴왔던 따뜻함이 말입니다.
어떻게 잊고 있을 수가 있나요?
어떻게 그의 온기를 잊고 살아갈 수가 있었던걸까요?
천 가현, 소중한 이의 온기를 되찾습니다.
이내 당신은 열차 내부의 온도가 변화한 것을 깨닫습니다.
더이상 서늘하지 않은 열차 안.
오히려 조금 따듯하게 느껴질 정도네요.

여태까지 봐왔던 것과는 다른,
1인용 의자입니다.
짙은 회색인 점은 다른 좌석들과 동일합니다.



당신이 자리에 안자, 멈춰있던 열차가 이동하기 시작합니다.
열차가 출발하자,
알 수 없는 굉음이 뒷편에서 들려오기 시작합니다.
좌석 옆에는 창문이 하나 자리잡고 있네요.
바깥을 살필 수 있어보입니다.


빠르게 지나가는 열차 옆으로,
자욱한 먼지와 알 수 없는 파편들이 보입니다.
시끄러운 굉음이 더 크게 들려옵니다.
천 가현, 지능 롤.

| 기준치: | 80/40/16 |
| 굴림: | 50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그런건 아닌데..~ 뭐, 네 맘대로 해. (창가에 턱을 괴고, 빠르게 지나가는 열차 밖의 풍경을 무심하게 구경했다. )
당신은 이 먼지와 파편들이 부숴지고 있는 철로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렇다면 이 귀아픈 소리는 철로가 무너지는 소리일까요?
천 가현, 이성 롤.

| 기준치: | 71/35/14 |
| 굴림: | 79 |
| 판정결과: | 실패 |
1d2 롤.

rolling 1d2
()
1
1
이성치 감소 -1
미간이 절로 찌푸려지는 소리네요.



밖에서 당신에게, 요란한 열차의 경적음이 들려옵니다.

슬쩍 당신을 기웃거리던 가희는 경적음을 듣고서 당신에게 손을 내밉니다.
천 가현, 천 가희의 손을 잡나요?

가희의 손을 잡고 열차에서 내립니다.
… 어쩐지,
가희의 손의 온기가 당신의 소중한 이의 온기와 비슷합니다.
우연일까요?
그사람도 기억하지 못 하면서,
느낄 수 있다니 신기하네요.
… 뭐,
우연이겠죠.
천 가현, 관찰 롤.

| 기준치: | 85/42/17 |
| 굴림: | 67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어차피 사람의 체온이란 거기서 거기고, 아마 이제야 막 기억해낸 그 체온이 확실치 않아서겠지. 별 감흥 없이 대충 놓치지 않을 정도로만 손을 잡은채로 열차에서 내려 주변을 둘러본다.)
가희의 반대편 손에 시선이 갑니다.
… 무언가,
깨진 거 같은 금이 가 있네요.
당신과 가희가 열차에서 내리자,
철도가 완전히 무너져내립니다.
매캐한 연기와 먼지 속에서,
두 사람이 타고왔던 열차는 저 아래로 추락해 점차 시야에서 사라집니다.
이내 두 사람이 서있는 승강장 역시 무너져내리기 시작합니다.
… 잠깐,
당신이 서 있는 공간이 기이하게 뒤틀리기 시작합니다.
자욱한 연기와 안개 속에서 희미하게 가희의 얼굴이 보인 것도 같네요.
당신이 눈을 감자,
시끄러운 소리가 멎고 주위가 점차 잠잠해집니다.
줄어드는 소리와 함께 당신의 의식도 희미해지기 시작합니다.
2일차
극장
고요한 공간에서 무어라 소리가 들려오자,
깜박.
눈을 뜨자 보이는 것은 당신을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는 가희의 얼굴입니다.





주변을 두리번 거리니,
당신은 가희와 어느 극장의 좌석에 앉아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잠이 들었던걸까요?
아니면 요란한 소리에 잠시 정신을 잃었던걸까요.
의식이 없던 사이에 들려왔던 소리는 가희의 목소리였을까요,
아니면 [무대]에서 들려오는 저 음악소리였을까요.


굉장히 넓은 홀의 커다란 무대입니다.
무대 위에는 형체를 알 수 없는 회색의 무언가들이 서로 주고받으며 뮤지컬을 펼치고 있습니다.
저것들이 무엇인지도 알 수 없는데,
어째서 저 무대가 뮤지컬이라는 생각이 든걸까요?
…
그래요,
그렇습니다.
이 극장,
당신에게 굉장히 익숙하지 않나요?
천 가현, 지능 롤.

| 기준치: | 80/40/16 |
| 굴림: | 55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당신은 이내 이 곳이 정말로 익숙한 공간임을 깨닫습니다.
아,
맞아요.
바로 당신의 소중한 사람이 674번 째로 죽은 곳입니다.
극장의 문을 잠그고,
소중한 사람의 노래를 듣고,
단 한명의 관객이 되어 박수를 치다가 같이 노래를 부르지 않았던 가요.
그때 그 노래는,
당신이…
…
그리고,
무대 근처를 지나가던 그의 위로 떨어진 무거운 조명,
거친 파열음.
둔탁한 소리,
아득히 먼 옛날 기억 속 배우의 분장처럼 새빨간 그 사람의 피.
당신이 눈 앞에서 목격한 그 장면은 바로 어제 있었던 일처럼 선명합니다.
천 가현, 이성 롤.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32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이성치 감소 없음.
그때,
가희가 당신에게 다가가 무언가를 쥐여줍니다.
... 이건,
당신이 기차역에서 잃어버린 기타초커입니다.


(*여긴 역이 아닌 것 같은데? )





그나저나,
세상에 더이상 극장따위는 남아있지 않을 텐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
그 사람의 죽음 후,
이어진 계약에서 당신이 내건 대가는 극장이었습니다.
… 괜찮습니다,
더 이상 볼 수 없어도.
오히려 세상의 마지막 공연이 그 사람과 함께 있었던 무대라니,
꽤 낭만적인 소리가 아닌가요?
게다가 저 위에 있는 것은,
단 두사람이네요.
마치, 그때 처럼요.
… 그보다,
당신은 왜 이 곳에서 그 사람과 봤던 무대를 가희와 함께 보고 있는 걸까요.
옆에 앉은 가희는 무대를 감상한다기보다,
자신만의 생각에 잠겨있는 것 같습니다.
어쩐지 조금 심란해보이기도 하네요.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공연이 끝나고 분명 당신과 가희뿐인 관객석에서,
뜨거운 박수 소리가 들려옵니다.
기이한 광경입니다.
천 가현, 이성 롤.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23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이성치 감소 없음.
가희는 멍하니 있다가 당신의 말에 턱을 괴고 당신을 바라봅니다.








가희의 손을 잡고 일어나니,
주변이 눈에 들어옵니다.
넓은 [관객석],
그리고 정 중앙의 [무대]가 보입니다.


대인원을 수용할 수 있어보이는,
넓은 관객석입니다.
… 아,
아무 곳에 앉았다고 생각했는데...
당신과 가희가 정 중앙에 자리잡고 있었군요.


배우들이 모두 떠난,
텅 빈 무대입니다.
붉은 색의 조명 하나만이 무대의 정 중앙을 희미하게 비추고 있습니다.
… 어라?
조명이 비추고 있는 곳에,
무언가 놓여있는 것이 보입니다.


짙은 붉은 색의 작은 상자입니다.

조명 탓인지 온기가 느껴지는 붉은 상자를 열어보니,
기묘한 분위기의 새하얀 작은 [파편]이 들어있습니다.


당신의 손이 파편에 닿자,
그것은 옅지만 분명하게 보이는,
뚜렷한 빛을 내며 당신에게로 녹아들어갑니다.
손에서 심장으로,
그리고 머리 끝까지 퍼져나가기 시작합니다.
당신이 살려내기 위해 이 세상 모든 것들을 수도없이 바쳐왔던,
바로 그 사람의 음성이 말입니다.
당신의 목소리를 어떻게 잊고 있을 수 있던걸까요.
이미 인간의 숨결을 잃은 당신의 몸을 붙잡고,
당신의 그 입이 열려 그리운 그 목소리를 들려주기를 얼마나 간절히 바라왔는데요.
그 노래를,
다시 부르기를 얼마나 희망했던가요.
당신이 만든 그 노래를.

천 가현, 소중한 이의 목소리를 되찾습니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가희가 당신을 걱정스럽게 쳐다봅니다.
어라,
그러고보니 가희의 목소리.
어쩐지 당신의 그 사람과 놀라우리만큼 닮아있습니다.


천 가현, 관찰 롤.

| 기준치: | 85/42/17 |
| 굴림: | 16 |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자세히 보니 가희의 목에,
처음에 본 손이 깨진 것처럼 보이던 것과 같은 금이 가 있습니다.
이 사람과 함께 돌아다닌다면 제 시간에 그 사람에 대한 기억을 완전히 찾을 수 있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요,
시간입니다.
당신도 알다시피,
이번에도 분명 3일이 지나면 계약의 시간이 당신을 찾아올겁니다.
이건 그런 계약이니까요.
세계에 당신이 바칠 수 있는 대가가 남아있는 한,
계약의 시간은 당신을 찾아올 것입니다.
그 순간에 당신이 살려낼 그 사람을,
온전히 기억하지 못하는 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
서둘러 기억을 찾아야 합니다.


… 어디선가,
희미한 노랫소리가 들려옵니다.
무대 근처인 거 같네요.
천 가현, 듣기 롤.

| 기준치: | 85/42/17 |
| 굴림: | 43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극장 구석,
무대 옆편에 자리잡고 있는 작은 문에서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검고 차가운 문입니다.
위치를 보니 지하로 향하는 문 같습니다.
문 건너편에서 알 수 없는 노랫소리가 들려오고 있는 것 같네요.
다가가 문 겉면을 보니 무어라 글귀가 적혀있습니다.
천 가현, 관찰 롤.

| 기준치: | 85/42/17 |
| 굴림: | 6 |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가장 깊고 어두운 곳’
이라고 적혀있습니다.
… 자세히 살펴보니 글귀 위에 작게 ‘심연’이라고 새겨져 있네요.

어둡습니다.
... 순간,
그 문 틈으로 쏟아져나오는 어둠에 정신을 잃고 어디론가 추락합니다.
심연
...
..

당신을 부르는,
너무나도 그립고 익숙한 목소리에 눈을 뜹니다.
그 사람의 목소리입니다.
당신을 부르고 있는 것은,
정말 그토록 그리워하던 사람인가요?




눈을 뜬 당신의 시야에 가희의 얼굴이 들어옵니다.
어두워서 또렷히 보이지는 않지만,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않으면 시야를 가린 어둠에,
그리움의 감각이 당신을 지배해버릴 것만 같습니다.





천 가현, 관찰 롤.

| 기준치: | 85/42/17 |
| 굴림: | 1 |
| 판정결과: | 대성공 |
당신과 가희의 주위로 무언가 아득히 쌓여있는게 보입니다.
어두워서 또렷히 볼 수는 없지만…
그것들은,
기괴하지만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수없이 많은 무대에서 봤던 회색 괴존재들이 끝을 알 수 없는 저 윗편을 향해 쌓여있습니다.
이게 다 뭔가요?
천 가현, 이성 롤.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64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이성치 감소 없음.
그 때,
위 쪽에서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합니다.
천 가현, 행운 롤.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74 |
| 판정결과: | 실패 |
저 멀리 윗편에서부터 무언가가 추락해 당신의 위로 떨어집니다.
이게 뭐죠?
무대에서 봤던 회색 괴존재들이 떠오르는 알 수 없는 무언가는,
기괴하지만 분명히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믿을 수 없습니다.
천 가현, 이성 롤.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75 |
| 판정결과: | 실패 |
1d3 롤.

rolling 1d3
()
2
2
이성치 감소 -2
추락한 괴존재는 분명히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으나,
완전하지 못해 보이는 모습으로 이내 꿈틀거리기 시작합니다.
이어서 하나 둘씩 괴존재로 이루어진 거대한 탑이 점차 무너져내리기 시작합니다.
당신과 가희의 주위로 추락한 인간의 형상을 한 그 무언가들은
이내 고개를 한 쪽으로 돌려 누군가를 응시합니다.
바로,
당신입니다.
그 순간,
가희가 당신의 손을 잡고 다급하기 외칩니다.

당신을 응시하던 괴존재들은

기괴한 모습으로 사지를 꺾으며 쫓아오기 시작합니다.
천 가현, 민첩 롤.

| 기준치: | 85/42/17 |
| 굴림: | 33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당신을 쫓아오는 괴존재들을 피해 도망쳤습니다.
하지만 달리고 또 달려도,
주위의 광경이 달라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점점 당신을 추격하는 것들만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민첩 롤.

| 기준치: | 85/42/17 |
| 굴림: | 77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당신을 쫓아오는 괴존재들을 피해 도망치고,
숨이 막히도록 달려봐도 당신 주위의 광경은 아까와 같이 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그것들은 아직도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나요?
뒤를 돌아보지 않는 당신은 알 길이 없습니다.
마지막 민첩 롤.

| 기준치: | 85/42/17 |
| 굴림: | 18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어둠,
그리고 어둠 뿐입니다.
당신을 추격하는 것들은 아까보다 훨씬 늘어난 모양입니다.
뒤돌아보지 않아도 알 수 있습니다.
등 너머로 들려오는 기이한 소리가 당신을 압박해오니까요.
천 가현, 관찰 롤.

| 기준치: | 85/42/17 |
| 굴림: | 27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어라,
변하지 않던 광경 중 저 아래에서 희미한 빛이 보입니다.
그 순간,
당신이 서있는 곳부터 공간이 무너져내리기 시작합니다.
느리게 추락하는 당신과 가희의 주위로 정체를 알 수 없는 형상의 괴존재들이 쏟아져내려,
이내 저 멀리 깊은 곳으로 사라집니다.
공중에서 추락하는 당신의 눈 앞에 눈부시게 빛나는 [파편] 하나가 시야에 들어옵니다.
손을 뻗는다면,
아슬아슬하게 닿을 것만 같은 거리입니다.

눈부시게 빛나는 파편을 가까스로 손에 쥐자,
그것은 아름다운 빛을 내며 당신에게로 녹아들어옵니다.
그리고 이내 당신의 손으로,
심장으로,
그리고 머리 끝까지.
몸 전체로 퍼져나가기 시작합니다.
아,
그렇습니다.
당신이 그토록 그리워하던 그 사람의 얼굴입니다.
당신이 다시 살아 숨쉬기를 그토록 간절히 염원했던 바로 그 얼굴입니다.
어떻게 잠시라도 당신을 잊고 지낼 수가 있었던 걸까요?
어떻게 당신의 모습을 떠올리지 않고 날을 보낼 수가 있었던 걸까요.
당신의 세계였던,
당신의 모든것이였던 그 사람입니다.
미련하기 짝이 없을 정도로 당신을 위한,
그 사람입니다.
천 가현, 소중한 이의 얼굴을 떠올려냅니다.
이내 고개를 들자,
어둠이 걷힌 공간에서,
당신과 함께 추락하고 있는 가희의 얼굴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옵니다.
너무나도 익숙한 얼굴입니다.
당신이 간절히 그리워하던 그 사람의 얼굴입니다.
그래요,
그 사람의 온기와,
목소리,
그리고 얼굴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천 가희가 아니면 대체 누구겠나요?
당신만을 위하고 당신만을 사랑했던,
너만을 위하고 너만을 사랑한,
당신만큼은 지키고 싶어했던,
너만큼은 지키고 싶어한,
천 가희입니다.
천 가현입니다.
당신의 하나뿐인 동생입니다.
나는 그의 하나뿐인 오빠입니다.
천 가현,
이제 알았나요?
당신의 소중한 사람과…
계속 함께 있었습니다.
천 가현, 이성 롤.

| 기준치: | 68/34/13 |
| 굴림: | 46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이성치 감소 -1
하지만 영문을 알 수가 없는 일입니다.
당신이 마지막으로 본 가희는 사라졌고,
당신은 아직 이어지는 계약을 이행하지 못했는걸요.
뭐,
아무렴 어떻습니까.
중요한 것은 가희가 당신의 눈 앞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겁니다.
잊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찾았습니다.
당연한 일 아닌가요?
당신의 세상은,
천 가희 그 자체인걸요.
간절히 바라던 그 얼굴을 눈 앞에 두고,
당신의 주위의 공간이 완전히 무너져내립니다.
공간의 붕괴와 동시에 당신의 의식도 희미해집니다.
희미해진 의식 틈에서,
어쩐지 금이 가있는 가희의 얼굴을 본 것도 같습니다.
...
3일차
…
깜박.
당신이 눈을 뜨자,
어두운 밤하늘이 보입니다.
그 광활한 밤하늘에 수많은 별들이 하늘에 떠있네요.
이 곳은 어디인가요?

어둠 속에서 주변의 풍경이 하나 둘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 마지막 거리입니다.
아무것도 없는, 광활한 거리입니다.
이 장소,
당신에겐 익숙할텐데요.
… 아,
그렇습니다.
당신이 정확히 기억도 할 수 없을만큼 예전에,
아니,
비교적 최근이던가요?
또 한번의 죽음을 맞이한 곳입니다.
한번이 아닌 몇 번이고 죽음을 맞이한 곳입니다.
당신은 여느 때와는 다르게,
곧바로 이 곳을 대가로 넘기지는 않았습니다.
가희와의 마지막 대화를 했던 곳이니까요.
저 바위에 앉아 해가 뜨는 것을 바라보지 않았던 가요?
울음섞인 노래를 부르던 가희,
잠자코 들어주던 당신.
하지만 노랫소리도,
해가 뜨던 아름다운 광경도,
세상에 그 무엇조차 가희가 없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그래요,
이 곳도 당신의 손으로 바쳐버린 장소입니다.
그러나 가희는 그 어느 곳에도 보이지 않습니다.
이 곳에는 당신 혼자 뿐입니다.
천 가현, 관찰 롤.

| 기준치: | 85/42/17 |
| 굴림: | 93 |
| 판정결과: | 실패 |
멀리서 희미한 불빛이 깜빡입니다.
정확히 무엇이었는지는…
어두워서 알 수가 없네요.

불빛이 보이는 쪽으로 걸음을 옮깁니다.
점차 가까워지고…
… 어라?
작은 별장입니다.
이런 곳에 별장이 있다니,
신기한 일이네요.

당신이 문고리를 돌리자,
쉽게 열립니다.
아담한 사이즈의 아늑해보이는 디자인의 별장이네요.
내부에는 [테이블], [책장], 그리고 [방문]이 하나 보입니다.

새하얀 색의 둥근 테이블입니다.
위에는 악보집이 놓여져 있습니다.
어딘가 익숙한 거 같은데...
어디서 봤었죠?
... 잘 모르겠습니다.

찬찬히 살펴보니,
... 아,
어쩐지 익숙한 음이 귓가에 울립니다.
당신은,
굳이 이 악보집을 보지 않아도 부를 수 있습니다.
... 그 노래를요.

(머리속을 가득 채우는 그 멜로디를 떨쳐내기라도 하려는 듯 고개를 빠르게 젓다가, 책장을 향해 걸어갔따.)
(*갔다..)
평범한 사이즈의 책장에,
책이 딱 한권 꽂혀 있습니다.

[무엇이든 담을 수 있는 공간]
아주 옛날, 이계의 존재가 지구로 이동할 때,
다른 세계로의 전이를 위해 만들어낸 이계의 공간이다.
영겁의 세월동안 지구의 존재를 담아오며, 이 세계의 물건이 되었다.
그 무엇도 담을 수 있는 미지의 공간으로,
형태가 있는 것도 형태가 없는 것도 뭐든지 담을 수 있다.
시간도, 감정도, 기억도, 뭐든지.
공간은 담아낸 것의 성질에 영향을 받아 변화한다.
… 그 외에는 볼 게 없는 거 같네요.
뭐든지 담을 수 있는 이 세계의 공간.
담은 것의 영향을 받아 변화하는 장소.
미지의 공간에 대한 내용을 알게 된 당신.
… 다시 한번 떠올립니다.
이 곳은 어디입니까?
...
그래요.
이 곳은 세계에 단 하나뿐인,
마지막 남은 당신의 장소이자 공간입니다.
… 그렇습니다.
공간이 담아내고 있는 것은 당신이 그토록 지키고자 했던,
가희와의 기억일테죠.

... 잠겨있지 않은 거 같네요.

(이대로 너와의 내 기억을 대가로 너를 살린다면, ....나는 너를 기억하지 못할텐데 너를 다시 살릴 수 있을까. 너와의 기억을 가지고, 너를 세상 그 무엇보다도 소중히 여김에도 나는 너를 구하지 못했다. 더 좋은 루트를 찾고, 더 좋은 방법을 찾아 끝없이 반복했음에도 결국 또 다시 너를 잃었는데.)
(그럼에도 고민의 끝은 결국 같았다. 손에 힘을 주어 문고리를 돌려 문을 열었다. 이대로 가만히 있는다고 해결되는 것은 없었으니까.)
방문이 열리자,
가희의 모습이 보입니다.
그의 얼굴은,
그리고 손발은,
아니 가희의 모든 부분이 마치 유리에 금이 가듯이 조각조각 떨어져 흩어지고 있습니다.
가희에게서 떨어져나온 파편들은 모두 눈이 멀어버릴 정도의 빛을 내고 있습니다.
어딘가 익숙하지 않나요?
맞아요,
천 가희,
아니 마지막 남은 기억의 잔여물.
당신의 가장 커다란 파편이 다가옵니다.







아,
그가 닿자마자 모든 기억이 다시 돌아옵니다.
가희는 당신의 마지막 파편이자 기억이니까요.
당신이 그토록 아끼고,
지키고자 했던,
모든 것입니다.
가희를 위해 희생하고 또 희생한 당신,
당신을 위해 희생하고 또 희생한 가희.
그에게 노래를 선물하기도 하고,
생을 선물하기도 했었죠.
가희 또한 노래를 불러주기도 했고,
당신에게 생을 선물하기도 했습니다.
그동안의 모든 기억이 되살아납니다.
기억해내자마자...
가희의 몸이 점차 조각조각 흩어집니다.
이대로라면,
정말 완전히 사라지고 말겠죠.
…
당신을 인도한 가희와 마지막 대화를 나눠도,
좋을 거 같습니다.
완전히 당신에게,
스며들기 전에요.

..아니, 내가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난 상관 안해.
네가 뭐라고 생각하고, 네가 어떻게 느끼는건 상관 없어. 난 네가 죽고 나 혼자 남아서는 살아갈 의지도 없고, 이유도 없어. 그러니까, ......우리 한 번 더 해보자, 천 가희.

상관하지 않더라도 다시 생각해, 천 가현.
왜... 자꾸만 그렇게 고집을 부리는 건지 난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 내 죽음을 받이들이기가 그렇게 힘들어? 아니면 네게 주어진 기회를 버리기가 힘들어서? ... 천 가현, 너 혼자서도 살 수 있잖아. 하나뿐인 오빠는, 어린 아이가 아니잖아. ... 그만해, 제발.

방금까지 내 길 안내를 해주면서 봤잖아. 너를 잊은 내가 어떤지. 그게 나라고 할 수는 있어? 어차피 네가 없으면 나도 내가 아닐텐데, 무슨 상관이야. 그런건 하나도 안 중요해.
나 혼자서 살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건 네가 있을 때의 내가 혼자서 잘 있는거야. 네가 없는 나는 혼자서 존재하지도 못해.
웃긴 소리고, 앞뒤 안 맞는 소리지만..... 그럼 뭐 어때. 몇천 번, 몇만 번 반복하면서 어디서 나사 하나 흘리고 온거라고 쳐둬.

봤더라도 나는 절대로 마음 바꿀 생각 없어. ... 마음을 바꿀 사람은 내가 아니라 너니까. 충분히 다시 세길 수 있고, 살아갈 수 있는데 왜 자꾸 외면하고 편한 길을 거부하는 거야? 누가 그걸... 원한다고 생각해?
내가 먼저가 아니라, 네가 먼저야 하는 게 맞잖아. 자기 자신보다 소중한 건 없어. 그러니까 말 좀 들어. 이렇게 애원하잖아... 이제, 그만 힘든 길을 걸으라고, 홀로 외로운 싸움을 그만하라고.
... 나는 또 잊을 거니까, 싫어. 이제 마지막이야. 이제... 더는 모든 것을 반복할 수 없을 거야, 천 가현. 3일의 시간, 단 3일이야. 대가를 바치며 살아오고 반복하고 또 네가 길을 걸은 것도 이제 끝이야. 남은 게 없어. ... 이제, 정말 마지막 기회야.

사람이 수용 할 수 있는 한계는 이미 넘었어. 나도 그정도는 스스로 느꼈고, 이미 알고있으니까 상관없어. 내가 망가지면, 그래서 뭐? 그게 뭐 어떤데?
네가 모든 걸 다시 잊을거니까, 이렇게 구는거야. 어차피 너는 모를거고, 나만 알고있으니까. 나만 알고있으면 되고, 넌 알 필요도 없어. 그 언젠가, 내가 성공했을 때, 내 바람이 이루어지는 날이 와서 네가 웃는 모습을 보는 것. 그것만이 내 목표야.
마지막 기회라면, 그래. 이번엔 꼭 성공해야겠네.

(제 팔을 쓸어내리고) 그만해, 제발... 이런 걸, 이런 걸 원한 게 아니야. 이런 걸 원한 게 아니라고... 나는, 네가 이러길 원치 않았어. 그래서 어떻게든 나는 막고 싶었지만 끝까지... 끝까지 반복하더라, 너는.
... 천 가현, 이룰 수 없는 목표는 포기하고 놓을 줄도 알아야 한다는 거 몰라? 나에게 항상...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했는데, 나는 네게 이런 말밖에 못 하네. 그래도, 그래도 이젠... 아냐.
나는 이미 죽었고, 돌아올 수 없어. 몇 번을, 몇만번을 반복했더라도 3일이 지나면 대가를 넘겨야 하고... 이젠, 남은 것도 없고, 나를 속일 것도 없어.
... 그러면서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건데?

3일 후에 남은 것이 없으면, 글세. 그땐 나라도 바쳐볼까? 마지막 남은 판돈이 있으면 , 걸어봐야지. 이미 다른걸 전부 걸었는데, 남은거라도 걸지 못할건 뭐가 있겠어.
이 끝에 기다리는게 슬픔뿐이라도 나는 상관없어. 어차피 우리 둘 중 누구 하나가 죽은 시점에서, 우리 둘 다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하는 엔딩은 글러먹은거 알잖아.
알면서 왜 그래? .....이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야.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야, 가희야.

그런 말 하지 마, 천 가현. 나를 살리기 위해 너를 포기하지 마. ... 그걸 내가 원하지 않는다고 해도 계속 그렇게 굴 거야? 내가 원망해도 상관없어?
적어도 살려고 발버둥은 쳐 봤고? ... 혼자서 살아보겠다고 한 적은 있고? 계속해서 나를 찾고, 나를 살린 거 말고... 다른게 뭐가 있었는데.
... 우리를 위한 게 아닌, 너를 위한 걸 해보라고 나는 몇 번이고 말했어. 왜 단 한 번을 들어주지 않는데, 너는.

내가 살려고 발버둥쳐서 널 어떻게든 구하려고 이러는거야. 내가 살려면 네가 필요해서. 네가 날 원망해도 상관없고, 날 미워해도 상관없어. 네가 이걸 원하지 않을거라는건 이미 알고있으니까.
우리를 위해서 이러는게 아니야. 나를 위해서 이러는거지. 내 자기 만족을 위해서 이러는거고, 그렇게 널 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자체가 내가 원하는거야.

내가 살아야만 네가 살고, 의미가 있어? 너는 네 스스로를 생각한 적 있냐고. 이건 내게 고문이고, 나를 죽이는 것과 마찬가지잖아. ... 알잖아, 천 가현. 나를 몇 번이고 살리고 나를 몇 번이고 죽이고, 나를 속이고... 나한테, 이래도 너는 단 한순간도 죄책감을 가진 적 없어?
... 너를 위해서라면 나는 더더욱 너를 막고 싶어지네. 내게 그럴 힘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다시 말해줘? ..상관없다고, 천 가희. 네게 내가 가지는 죄책감도 결국 나 혼자 알고있는거고, 어차피 너는 전부 모를거니까 괜찮아.
포기할건 내가 아니라 너야. ...언제나 그랬고, 이번에도 그럴거야. 나는 또 다시 그 무엇이라도 바쳐서 너를 다시 한 번 살려낼거고, 그 끝에 남는게 슬픔밖에 없어도 상관 없어.

지독하네, 천 가현. 지금의 내가 다 알고 있으니까 이리 말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안타깝고, 서러워. ... 차라리 만나지 않았더라면 네가 이만큼 고생하지도 않았을 거고, 다 잊는 쪽이 너였다면 좋았을 텐데.
... 이번엔 달라.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내가 포기할 거라고 생각해? 네가 생각을 바꾸기 전까지는... 나는, 계속 너를 설득할 거야.

차라리 그랬으면 달랐을지도 모르지만, ....결국 기억하는건 나고, 잊는건 너야. 네가 나와 만난걸 후회해도 상관없어. 우리가 남매인게 원망스럽더라도, ...그럼 뭐 어떡하겠어. 이렇게 태어났는데.
집착이라고 생각해도 되고, 내가 미쳤다고 생각해도 상관없어. ...그래. 상관없어. 네가 나를 설득하려고해도 안 통할거야. 얼마나 오래 네가 나를 설득해도, 나는 바뀌지 않을테니까.
네가 아무리 오래 나를 붙잡고 내가 틀렸다고 말하더라도, 그게 내가 널 위해 몇천 몇만 번을 시도했던 시간보다는 짧겠지. 그 시간들을 통해서도 배우지 못한 내가, 네 말 몇 마디에 바뀔 것 같아?
....그렇게 생각했으면... 날 너무 쉽게봤네, 천 가희.

... 아니, 후회하지 않아. 단 한 번도 후회한 적 없어. 내겐 그럴 시간도 없었으니까. 말은 이렇게 해도 나도 이해하고, 알고 있지만...~ 역시, 모든 걸 알고 있는 채로 직접 듣는 건 괴롭네.
나 봐봐, 천 가현. 아직도 내가 그렇게 소중해? 내가 아직도 네게 그토록 놓을 수 없는 사람이야? 몇만번을 반복해도... 나는, 나로 있어?
틀렸다고 말하고, 미쳤다고 말하고, 원망도 해보고... 하고 싶지 않은 말을 억지로 입밖에 내뱉으며 애원도 하는데 단 한 번을 들어줄 생각을 하지 않네, 천 가현.
적어도... 나를, 놓아줄 거라고 생각했어. 이렇게라도 하면 적어도 알아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몇 만번을 반복해도, 결국 너는 너야. 변한건 나겠지. 내가 변해서, 그래서 너도 변한 것 처럼 느껴지는거지, 너는 언제나 처음인데 네가 변할게 뭐가 있겠어.
(히죽이며,) 포기해, 가희야. ...그냥 언제나처럼 모르는 채로, 그렇게 있으면 돼.
내가 또 실패하면, ...그럼 뭐 어때. 나는 내가 가진 마지막 것 까지 걸어볼거야. 이미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을 전부 걸었어도 괜찮아. ...괜찮고, 괜찮을거니까..... 괜찮을거야.

... 그게, 이렇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결국엔 나는 아무 힘도 쓰지 못하고 너를 설득조차 못 하네. 쓸모없을 정도로. 항상, 항상 내 힘으로 무언가 이루어 냈다고 생각하면서도 네가 곁에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어. 그래서 어쩌면 계속해서 너를 이해하고 또 이해해서 포기한 걸지도 모르지.
아니, 내가 무얼 해도 너는 포기하지 않을 테니까. 하나뿐인 나의 오빠, 천 가현.
괜찮다는 게 정말 괜찮았으면 좋겠어. ... 후회하지 않는 선택을 하길 바라고 있어, 항상. ... 항상, 최악의 결과를 낳는다고 해도 괜찮겠지.

내가 고집피우면, 결국 넌 따라줄테니까. ...다른 것들은 다 네가 고집피우면 내가 따랐으니까, 이거 하나는 내 고집대로 하자.
최악의 결과라도 상관없어. 그래서 결국 네가 내 옆에 있으면 돼. ...그러면, 나는 그것만으로도 괜찮아, 가희야.

항상 중요한 순간엔 꼭 이러더라~? 내 약점 잡고 있는 것처럼. ... 모든 건 너를 위한 것과 동시에 나를 위한 것이니까. 그러니 마음대로 해.
... 괜찮다고, 이야기했으니까 나는 무엇이든 상관없을 거 같네. 애초부터 내게 선택지는 늘 없었으니까. ... 사랑해, 그리고 고마워.
... 미안해.
하나 둘,
이내 공간에서 가희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집니다.
… 뚝.
가희가 사라진 직후,
그 순간 세상의 모든 것이 멈춥니다.
딱 하나,
당신을 제외하고는요.
…
때가 되었습니다.
계약의 시간입니다, 천 가현.
계약의 시간
기억의 주인인 당신이 기억을 되찾음으로,
공간에 담겨있던 기억의 흔적들이 모두 당신에게로 이동하기 시작합니다 .
이윽고 당신을 제외한,
모든 것들이 멈춘 이 공간은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새하얀 공간으로 변화합니다.
기억의 형상의 일부였던 가희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계약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세계를 관찰하는 미지의 존재 앞에서,
당신은 이번 계약을 이행할 수 있습니다.
당신이 가지고 있는 것,
이 멸망하는 세계에 남아있는 거라곤 이제 당신의 기억을 담은 이 공간,
그리고 당신 뿐입니다.
무엇을 대가로,
어떤 것을 바라나요?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결국 이 공간과, 자신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또 다시. ....또 다시 무언가를 내어주고, 너를 구하기 위해 발버둥친다.)
...반갑네. 며칠만이지, 우리? .....아마, 이번이 마지막일 것 같은데, 잘 하자, 우리. (히죽이며, 손바닥으로 제 가슴 중앙을 툭툭 두드렸다.) 이걸 기다렸던거지? ...날 줄게. ...날 바칠테니까,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을 처음으로 돌려. 우리가 계약을 하기 전으로.
천 가현,
당신을 대가로 세계를,
되돌리나요?

그래요,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로 먼 옛날의 계약을 떠올려보는 겁니다.
이미 모든 게 사라진 세상 속에서,
이제 남은 것은 당신과 이 기억의 공간.
하지만 당신은,
당신을 대가로 세계를 되돌립니다.
...
그래요,
가희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면...
당신이 없어도,
세계가 있다면 괜찮겠죠.
계약도, 무엇도 남아있지 않아도요.
그러나 당신의 염원만은 이루어질겁니다.
당신은…
후회하나요?
아니,
후회할 리가 없지요.
점차 당신의 모습이 흐려집니다.
... 아,
밝은 빛이 보이는 거 같습니다.
정말로,
다시 되돌려지고 있는 걸까요?
당신만이 사라지는 이 세계에서,
... 가희는, 홀로 살아갈테죠.
괜찮을 겁니다.
아마, 괜찮을 겁니다.
언제까지 살아있을 지 모르겠지만,
혹시 알아요?
당신과 똑같은 선택을 할 지.
그럴 일이 없길 바라지만,
만약 그렇게 된다면...
다시 만날 수도 있겠네요.
다시,
말이죠.
-
END ■: 우리가 없는 세계
천 가희 생존
천 가현 로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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