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421
정말,.,.
갓브금.,,..,..,
그리고 갓캐와 함께하는,.,.,,,,,
갓시날.,,.,.
수몰열차.,.,
세카 모님 ㅠ,,.,,.
누이의 갓 인장은 77ㅏ77ㅏ님 컴션이십니다!
-
수몰열차
-
.....
덜컹.
몸이 얕게 흔들리는 감각과 함께 불현듯 꺼져있던 정신이 맞붙습니다.
아무래도 열차 안에서 깜빡 잠들어버렸던 모양이에요.
눈을 뜨면 들어오는 풍경은 익숙하고도 평범한 열차의 내부.
흔들리는 손잡이,
끊임없이 스쳐 지나가는 창 너머의 풍경,
사용감이 있는 맞은편 좌석의 시트….
익숙한 것들 투성이인 열차의 내부에서,
익숙하지 않은 점이라고는 객실이 텅 비어있다는 점 뿐입니다.
그야말로 '나 자신'을 제외한 탑승객이 존재하지 않습니다만,
....
왜일까요.
별로 대수롭지는 않습니다.
적적한 열차를 오로지 시선만으로 훑고 있었을 때였나요.
문득 열차 내부의 전광판이 눈에 들어옵니다..

| 기준치: | 85/42/17 |
| 굴림: | 78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0225번.
0225번...
그래서, 어디쯤 왔지?
그 전에 목적지가 어디였더라….
몽롱한 정신을 가다듬다보면 문득 기대고 있던 창 너머로 시선이 돌아갑니다.
흔들리는 창문 너머로 어느새 장대비가 쏟아져 내리고 있습니다.
꼭,
세상을 수몰시킬 것처럼.
이 비는 언제부터 내리기 시작한 걸까요?
잠들기 전까지만해도 날씨가 제법 맑았던 것 같은데…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38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잠들기 전까지만 해도?
글쎄요,
정말 잠들기 전까지만해도 날씨가 맑았던가요?
당신은 문득 부자연스러운 위화감에 사로잡힙니다.
그야 잠들기 전의 기억이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언제 이 열차에 올라타 있었는지조차 떠오르지 않습니다.
마치 검은 도화지 위에 먹칠을 한 듯,
머릿속엔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뿌옇고 흐릿한 기억만이 잔존합니다.
덜컹.
어지러운 머리를 갈무리 하기도 전에,
열차가 또 한 번 크게 흔들립니다.

그 불친절한 진동과 함께 품에 안고있던 무언가가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당신은 발치에 나뒹구는 국화꽃다발을 향해 손을 뻗습니다.
품에 안고 있던 무언가는 아무래도 국화꽃다발이었던 것 같습니다.
바닥에 떨어져 나뒹군 충격 탓이었을까요?
순백색의 꽃잎 몇송이가 바닥에 흐드러진 것이 보입니다.

| 기준치: | 80/40/16 |
| 굴림: | 87 |
| 판정결과: | 실패 |
바닥에 나뒹구는 꽃다발을 발견한 그 순간,
단말마와 같은 이명이 짧막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방금 무슨 소리를 들었죠?
어쩐지 머리가 아파옵니다.
아,
그제야 흐릿한 의식 너머로 떠오르는 기억이 하나 있습니다.
그렇지.
오늘은 친애하는 아나스타지의 첫 번째 기일이었죠.
그러니 자신은 그가 잠들어있는 납골당으로 향하는 길이었을 겁니다.
아무리 피곤해도 그렇지,
이런 중요한 사실을 잊고 있었다니.

....국화꽃의 향기가 훅 끼쳐옵니다.
...
끼익ㅡ.
달리던 열차는 인적이 드문 역에 정차랍니다.
탑승구가 열리고,
들어서는 승객의 모습에,
당신은 스스로의 눈을 의심합니다.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야 열차 안에 들어선 사람은,
...
…1년 전 죽었던 아나스타지, 당신의 누이였으니까요.

(그리고, ...아. 네가 열차에 올랐다. 닮은 사람인가, 아무리 생각하려해도, ....부정 할 수 없이, 너였다.)
고즈넉한 빗소리가 귀를 먹먹히 울리는 텅 빈 열차 안,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83 |
| 판정결과: | 실패 |

rolling 1d3
()
3
3
맞붙고,
멎습니다.
맞붙는 것은 허공 위로 겹쳐진 두 사람의 시선.
일순 멎는 것은 당신의 호흡.
그뿐입니다.
당신은 알고 있습니다.
내가 살고 있는 현실은 때로 꿈보다 비현실적이라는 사실을요.
그렇기에 지금껏 비현실적인 현실을 여러 차례 맞이해가며,
이토록 불친절하고 잔인한 삶을 살아오지 않았던가요.
비현실적인 현실이요.
그는 분명 1년 전에 죽었습니다.
오늘처럼 비가 내리던 날,
돌이킬 수 없는 사고에 휘말려서요.

그래요.
나는 그 사람이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 곁에 있어주지 못했고,
그렇기에 그의 부재를 부정했던 기억을 떠올립니다.
그러니 내 앞에 서있는 저 사람은,
....
....


....
....
부정하고 싶지만 부정할 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아무리 부정하고 잊으려 애를 써도 잊히지 않는 것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방금 올라탄 탑승객의 목소리라든지,
무덤덤한 표정 같은거나,
친애를 담은 채 당신을 바라보는 금색의 두 눈동자 같은거요.
그럴 수 밖에 없습니다.
그것들은 죽은 그의 것들과 너무나도 똑같은걸요.
정차했던 열차는 오로지 두 사람만을 태운 채,
다시금 천천히 움직이고,
그 순간 당신은 받아들이고 맙니다.
그를 닮은 저 탑승객은,
그저 닮은 사람일 뿐이 아닌 아나스타지, 그 자체라는 사실을요.


덜컹.
다시 한 번 객실 내부가 얕게 흔들립니다.

| 기준치: | 85/42/17 |
| 굴림: | 11 |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얕은 진동 탓에 시야가 갈라짐과 동시에,
문득 열차의 앞칸,
그리고 뒷칸으로 시선이 꽂힙니다.
...
…이상합니다.
열차의 앞 칸에도,
그리고 뒷 칸에도 승객이라고는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 열차는 그저 당신과 둘 만을 태운 채,
이 열차는 그저 당신과 그, 둘 만을 태운 채,
홀로 비가 내리는 선로를 내달리고 있습니다.

| 기준치: | 67/33/13 |
| 굴림: | 45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하필 급한 일이 있어서, ...그래서 네 마지막 전화도 못 받았다. 그때 네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모르겠는데, 자꾸 전화를 못 받았다는게 생각이 나서....
....(작게 웃고는,) ..재밌지 않나. 이 열차에 아무도 없다. 꼭 너랑 나랑, 둘만 타라고 있는 것 처럼. ....덕분에 울어도 너한테밖에 안 보일테니 덜 민망하겠군. 사람들이 많았으면 좀 부끄러웠을지도 모르겠다. 국화꽃 다발을 안고 혼자 펑펑 우는 사람이라니.
....이렇게 네게 줄 수 있게될 줄은 몰랐는데. (국화 꽃다발을 네게 건냈다.) ..묘비 앞에나 내려두고 와야 하려나, 생각했다마는.. 직접 주게 될 수 있을줄은 몰랐다.


(작게 웃음을 터트리며 손등으로 눈가를 꾹꾹 눌렀다.) 빌린거였나. 너답다, 누이. ...이런 것 마저 너 다워서, 너무 웃긴데, ......왜 자꾸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
(한 박자 늦게, 고개를 끄덕였다. 손 안의 꽃다발을 만지작거리다가,) ...그래. 도착하면, 그 때 받아줄건가? ....너도 나도 하필 검은 옷이라 누가 보면 같이 추모라도 하러가는 줄 알겠다. ...뭐, 애초에 네가 나한테만 보일지, 다른 사람한테도 보이는건지도 모르겠지만.
.....꿈이라면, ...혹시 내가 너를 보러가던 열차에서 잠에 들었고, 지금 꿈을 꾸고있는거라면. ...그러면 아무런 일도 없이, 쭉 그대로 깊게 잠이라도 자다 도착하면 좋겠다. 열차의 덜컹임도 없고, 다른 승객들의 소란도 없어서. ...그렇게 너랑 최대한 오래 같이 있을 수 있으면 좋겠다.

하기야, 이미 지나간 일에 미련을 두지 않을 수는 없겠지. 만일 이랬다면 무슨 일이 있었을지,(그랬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가만 중얼거리듯 덧붙였다. 어찌보면 미련만큼 무서운 것도 없지, 하고. 그 미련 때문에 자신도 이렇게 너를 만나러 오지 않았는가. 길지 않은 만남에 끝이 기다릴 것을 알면서도. 눈가를 누르는 그 모습에 가만 손을 뻗어 너를 안고서는 그 등을 가만히 토닥이듯 말없이 쓸어주었다.)
못 본새에 눈물도 많아졌구나, 우리 오라비. 걱정하지 말렴, 나는 네가 가던 곳까지 데려다주려 온 것이니. 네가 도착하기 전까진 같이 있을 거란다. 떨어졌다가 네가 길이라도 잃으면 어떡하니.(장난스레 농담조로 덧붙이다가도 나붓하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대답했다.)....그래, 꽃다발은 네가 도착했을 때 건네주렴. 그 때 받을테니.

(제 등을 토닥이는 손길에 작게 웃음이 샜다. 미련이란 사라지지 않아서 우습게도 사람에게 그렇게 쌓인다. 차라리 어떻게 해소 할 수 있는 갈망이라면 좋을텐데, 이미 지나가버린 것을 그리워하고, 다시 생각하는 것이라 미련은 시간이 갈 수록 쌓이고, 더욱 깊어지기만한다.) ...어쩌다보니 그래졌다. 다 누구때문이니까, 미안하면 좀 자주 찾아와라. 거, 죽고나면 어차피 할 일도 딱히 없을거잖나. 일도 안 해도 되고, 자거나 하지도 않을텐데, 심심할 때라도 좀 찾아와라.
(제 눈가를 꾹꾹 누르던 손길로 장난스레 네 어깨를 툭 치고는,) 길을 잃을 만큼 어린애는 아니다. 모르는 길도 아니고... ...이왕이면 좋은 곳으로, 예쁜 곳으로 놀러가는 길이면 좋을텐데. ....좀 아쉽군. 이왕이면, 이런 하얀 꽃다발이 아니라 너를 닮은 보라빛이 도는 하얀 꽃이거나, 아니면 노란 꽃도 괜찮았을테고.

어휴,(네말에 웃음을 다시 터뜨리다가 장난스레 한숨을 내쉬었고,)그래, 그래. 내가 잘못했단다. 그래도 네 누이가 원래 좀 못된 구석이 있잖니. 오라비인 네가 이해하렴.(여전히 장난스런 목소리로 대답하며 머리를 툭 기대었다.)네가 반겨주기만 한다면야, 가는 길이 있다면 못 찾아갈 것도 없지. 이젠 진짜 할 일도 없을테니. (어깨를 툭 치는 손길에 그저 웃으며 답했다.) 그러니? 내 생각엔 버벅거릴 것 같아서 왔다만. 초행길일 거 아니니. (장난스런 목소리로 말을 맺다가도 잠깐의 침묵이 흐르고 너를 안았던 팔을 풀었다.)
...그래도, 괜찮잖니, 이것도. 있을 수 없던 여행인데.(터져나오려는 말을 삼키고 흘긋 국화로 시선을 돌렸다가도 슬풋 웃으며,) 그러게나 말이다, 왜 항상 흰색 꽃인지. 물론 너희가 주는 거라면 무엇이든 좋겠지만 말이다.

...뭐, 어쩔 수 없잖나. 너라고 ...그러고 싶어서 떠난 것도 아닐테고. ..혹시 해서 묻는데, 미리 알고있었다거나, 그러고싶었던건 아니겠지? .....그런거라면 좀... 많이 슬플 것 같다. (제 어깨에 기댄 작은 머리를 살살 쓰다듬었다. 검은 모자조차도, 너와 어울리는데, 그만큼이나 꼭 장례식 의복을 연상시켜서, ...그게 마음이 아팠다.) 초행이긴하지만.. 그렇다고 버벅거릴만큼은 아니다. 초행길에 버벅일 정도면 내가 오러일 해먹겠나. 매일같이 처음 가는 곳에 가보는게 일인데.
...(작게 웃으며 시선을 낮게 굴렸다.) ...그러게. 이런 여행도... 있을 수도 없고, 처음이고, ....또 다시 있을지 아닐지도 모르겠군. 네가 다시 찾아와준다면야 또 할 수 있겠지만. ......네게 줄 수 있는 꽃이, 흰 국화가 아니라면 좋을텐데. ...네게 줘야하는 꽃이, 이게 아니라면 좋겠는데, ......결국은 이 꽃밖에는 생각나는 것도, 줄 수 있는 것도 없었다.

설마.(한 단어로 일축해버리곤 입을 다물었다가 놓았다. 미련이 없다고 생각했음에도 진짜로 찾아온 죽음에 대해 내뱉는 것은 아직도 생경한 일이었기에. 무뎌지지 못해서.) 그때에 직감은 했을 순 있겠지만, 설마 그걸 알고 있었겠니. 네 누이가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예언자는 아니야.(무거운 내용이기에 일부러 더욱 가볍고 장난스레 답했고,)
오러라도 길은 헤맬 수 있는 거 아니겠니. 초행만큼 길을 잃기 쉬운 것이 없는데. 그리고 이정도는 좀 눈치채렴. 설마 네가 길 잃을 걱정에만 왔겠니.(장난스레 네 옆구리를 안 아프게 쿡 찌르며 웃었다.)
(가만히 국화꽃이 한아름 엮여있는 꽃다발에 시선을 주다가도 이내 곧 주었던 시선을 거뒀고,)글쎄다, 다음 기회가 있다면 그땐 다른 꽃으로 맞아주면 되는 거 아니겠니.(작게 웃으며 나붓이 깔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그래도 흰 국화는 나쁘지 않다만. 꽃만 두고 보기에는 그것도 꽤 괜찮으니 말이다.

...아니라면 됐다. ....하기야, 너라도 그걸 알고있었다면 어떻게든 피했겠지. 최소한 며칠 전 쯤부터는 준비를 했을테니까...... (한숨을 쉬고는,) 차라리 내가 예언에라도 재능이 있었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랬다면, ...미리 알았더라면 좋았을텐데.
(제 옆구리를 찌르는 손길에 작게 웃고는,) 안다. 네가 정말로 내가 길을 잃을까봐 온게 아니라는 것 정도는. ...내가 보고싶어서, 아니면, 내가 걱정돼서. 그 중에 하나겠지. 아니여도... 비슷한 것일테고.
...다음 기회가, ...있다면.. 그래. 꼭 그러겠다. 그걸 이루려면 네가 다시 찾아와줘야한다는거, 알지? ...다시 찾아와라, 누이. 내년의 오늘도, 아니면 내년의 오늘 전에, 그 전에 언제라도 좋으니까. ...언제라도 상관 없고, 나는 언제나 너를 기다릴테니까, 꼭 다시 찾아와라.
치칙, 칙.
객실의 스피커에서 잡음이 들리더니 곧,
안내방송이 흘러나옵니다.
[이번 열차는 다음 역까지만 운행됩니다.]
[종점까지 향하는 승객 여러분들은 열차에서 내린 뒤, 그 다음에 도착하는 열차를 이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러게 말이다. 미리 알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겠니.(점술 과목이라도 열심히 배워둘걸 그랬구나, 하고 농담조로 덧붙이면서도 그 목소리의 밑에는 차라리 그랬다면 이 모든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수 있도록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끊어낼 수 없는 미련이 붙어있었고. 알면 좀 알아서 모른척하고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주면 어디가 덧나니. 하여간, 오라비가 되어가지곤 누이한테 져 줄 생각을 안하니.
(장난스레 투덜거리다가도 흘러나오는 방송에 몸을 일으켰고,) 그래, 또 다시 이런 기회가 생긴다면 찾아가마. 일단은..지금은 내릴 시간이니 말이다, 일어나자꾸나. 너를 다 데려다주고 배웅까지 해줘야 또 찾아갈 기회가 생길 수 있는 거 아니겠니.
....
방송이 흘러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기차가 정차합니다.

(네 손을 잡고, 정차한 열차의 문을 통해 플랫폼으로 내렸다.) ....배웅까지 해줄 생각이었나? 생각보다 서비스가 좋은데.
열차에서 내린 두 사람은 협소한 간이역 아래로 들어섭니다.
빗줄기는 여전히 이 세상을 침수시킬 것만 같이 맹렬합니다.
투명한 플라스틱으로 처리된 간이역 지붕 아래,
뒤로는 담장 형식의
벽면이 기둥처럼 세워져있고,그 중앙에 원목으로 만들어진
나무 벤치가 하나 놓여있습니다.열차 그림이 새겨진
표지판 또한 눈에 띕니다.
주변은 고요하고,
오로지 맹렬하게 퍼붓는 빗소리만 가득합니다.
표지판은 간략한 열차 그림이 새겨진 역 표지판입니다.
표지판 아래에는 노선도가 붙어있습니다.
노선도를 확인하면…
평범한 노선도가 아니네요.
아니,
이를 노선도라고 칭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노선을 알리는 안내판에는 노선도 대신,
'색상에 따른 국화꽃의 꽃말'에 관한 내용이 적혀있습니다.
[색상에 따른 국화꽃의 꽃말]
흰색: 감사함, 진실함, 성실함
분홍색: 정조
노란색: 순정
붉은색: 당신을 사랑합니다.
....색: ....을 ....에게
맨 아래 적혀있는 국화꽃의 색상과, 색상별 의미는 칠이 벗겨져있어 읽을 수 없습니다.

| 기준치: | 85/42/17 |
| 굴림: | 59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 기준치: | 80/40/16 |
| 굴림: | 71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칠이 벗겨진 자국을 자세히 바라보면,
'보라색'이라고 적혀있던 것을 알아챕니다.
꽃말의 의미는 여전히 알 수 없네요.

원목으로 만들어진 평범한 나무 벤치입니다.
지붕이 하늘에서 쏟아지는 빗물을 막아주는 탓에 젖은 부분 없이 바짝 말라있습니다.
열차가 도착할 때까지 벤치에 앉아 쉬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마치 담장을 연상시키는 역의 벽면에는,
흰색 장미 무더기가 덩굴을 내리고 자리해있습니다.

| 기준치: | 85/42/17 |
| 굴림: | 30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흰 장미들 사이에 가려 미처 보지 못했던 꽃이 눈에 띕니다.
장미 무더기 아래 피어있는 것은...
흰 색의 국화입니다.
당신이 들고 있는 것과 같은 흰 색 국화 꽃입니다.
흙 속에 뿌리를 내린채 한들한들 흔들리는 국화꽃은 물기를 머금은 탓에 아주 생생합니다.

생기가 가득한 국화꽃입니다.

손을 뻗어 만져보면 비바람에 젖은 꽃잎에 덩달아 손이 조금 젖습니다.





| 기준치: | 85/42/17 |
| 굴림: | 15 |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바람에 끼익, 소리를 내며 간이역 지붕 아래 매달려 있는 표지판이 눈에 들어옵니다.
시간이 많이 지난 곳의 역이라면 쉽게 볼 법한 평범하고 낡은 표지판입니다.

표지판에는 글자가 적혀 있지만,
약하게 긁혀 훼손된 탓에 글자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자료조사 롤 판정 가능할까요?)

| 기준치: | 80/40/16 |
| 굴림: | 40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몇몇 글자가 안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읽을 수는 있었습니다.
내용은...
..의 이름을 호명할 때, 다음 열차가 도착합니다.
ㅡ라는 내용이네요.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45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표지판의 문구를 읽자 막연히 떠오르는 생각이 있습니다.
지금 옆에 있는 그의 이름을 불러야 다음 열차가 도착하는 게 아닐까?
하는 실없는 생각이요.




왜, 였을까요.
조용히 당신의 이름을 마주 부르는 그의 목소리는 어딘가 한구석,
차게 식은 빗물에 젖어 번지는 것만 같습니다.
당장이라도 물에 녹아 사라질 것만 같아요.
아서,
당신은 당신을 바라보는…
한없이 가라앉은 것만 같은 그의 두 눈동자에서 무엇을 읽어냈나요.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98 |
| 판정결과: | 실패 |
...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6 |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
언제나의 그 무덤덤한 눈이지만,
그 너머의 감정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는 당신의 누이니까요.
...
덤덤한 그 눈동자 너머로,
어째선지,
그의 커다란 슬픔이 느껴집니다.
처절히도.
손을 뻗어도 잡히지 않을 것 같고,
손에 잡았다고 한들 감히 위로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애절함입니다.
아주아주 방대한,
온 삶을 통틀어 몇 번 느껴본 적 없는.
미칠듯하고도 강렬한 억겁의 슬픔이 빗소리에 잠식되어갑니다.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27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그러고보니,
그의 입술 바깥으로 터져나온 '나'의 이름은 이번이 최초이지 않았던가요.
그는 열차에서 조우한 이래로 단 한 번도 당신의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으니까요.
그가 무어라고 대답하기도 전에,
장대비의 포화를 가르고 라이트가 번쩍입니다.
곧 열차 한 대가 역에 정차합니다.





| 기준치: | 80/40/16 |
| 굴림: | 13 |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열차에 타는 순간,
삐ㅡ.
아까 전 들었던, 단말마와 같은 이명이 좀더 명확하게 귓가를 울리고 사라집니다.
이명과는 상관없이,
두 사람이 올라타는 것과 동시에 열차는 천천히 빗길속을 뚫고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올라탄 열차의 객실은 첫 번째 열차와 마찬가지로 텅 비어있습니다.
이 안에 존재하는 탑승객은 오로지 당신과 그, 두 사람 뿐입니다.

| 기준치: | 85/42/17 |
| 굴림: | 9 |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객실안을 살펴보면,
전광판 하나가 눈에 들어옵니다.
이것도 열차 고유번호를 알리는 전광판인가보군요.
번호는....
1231번.
이네요.
그리고 문득,
일전보다 생기를 잃은 국화꽃이 눈에 들어옵니다.
마냥 하얗던 꽃잎 끝이 짓밟힌듯 옅게 시들어있습니다.










문득,
한 가지 기억이 떠오릅니다.
날짜를 특정할 수 없는 그 언젠가의 평범하고 행복했던 기억.
당신의 옆에는 지금 옆에 있는 그가 자리하고,
우리는 조용하고도 한적한 열차 안에 앉아 함께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습니다.
...
상기해낸 평화로움도 잠시,
갑작스러운 서늘함이 느껴집니다.
글쎄요,
'서늘함'이라는 말로 형용할 수 있을까요.
두려움,
공포,
슬픔,
당황스러움.
모든 불안정한 감정이 한데 뭉쳐 숨통을 억세게 짓누르던 그 때.
끼이익ㅡ!!!!
불쾌한 마찰음 소리와 함께,

빗길에 미끄러진 열차가 요동치듯 크게 흔들립니다.
무언가에 머리를 강하게 맞는 충격과 함께,
일순 힘이 빠져나간 몸이 앞으로 쓰러지고,
잡았던 것들조차 놓쳐버립니다.
...
고꾸라지는 몸을 지탱하듯,
당신이 아까 그를 잡았던 것처럼 누군가 당신을 강한 힘으로 끌어안습니다.
아니,
'누군가'라고 특정지을 필요도 없잖아요.
그야 지금 당신의 곁에 존재하는 사람은 아나스타지, 한 명 뿐인걸요.
그래요, 그입니다.
그가 억센 힘으로 당신을 끌어안았습니다.
어째서?
그런 의문을 던지기도 전,
쾅ㅡ!!
선로를 이탈한 열차가,
반대편 선로를 지나치던 열차와 갑작스레 충돌합니다.
직후 들려오는 것은 커다란 굉음.
쇠가 굽어들고 절단되는 듯한 소름끼치는 금속음.
무언가 터지는 소리,
날아가는 소리,
어딘가에 들이박는듯한 충격.
온 몸의 뼈가 부러지고,
근육이 찢겨져 나가는 듯한 생생한 통증.
품에 안고 있던 국화꽃다발이 바닥을 나뒹굴고,
마치 눈송이같은 국화꽃잎은 시야를 긋고 흐드러집니다.
나를 꽉 끌어안은 그의 체온은 어쩐지 전혀,
따뜻하지가 않아서.
원래도 낮은 체온이었다해도,
미약한 온기조차 없는 것 같아서.
그게 또 어쩐지 너무나도 슬퍼서…….
괜찮느냐고 물어봐야 하는데,
이대로 정신을 잃으면 안 되는데.
그의 상태를 확인하기도 전에 시야가 수몰됩니다.
칠흑같은 어둠이 눈 앞에 쏟아집니다.
왜인지 생경하지 않은 순간입니다.

| 기준치: | 80/40/16 |
| 굴림: | 99 |
| 판정결과: | 실패 |
수몰하는 시야와 함께,
낙하하는 머릿속에 이명이 들려오는 것 같다가도,
무어라 말을 건네는 그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내용을 들어야 하는데,
끊어지는 정신은 그것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
....
시야가 완전히 수몰되고,
무슨 표정이었는지도 알 수도 없어졌습니다.
...
...
깜빡.
의식이 돌아오고, 눈을 떴습니다.
제일 먼저 들려오는 것은 무겁게 낙수하는 물방울 소리.
그리고,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품 안에 안겨있는 백색의 국화꽃다발입니다.
꽃다발은 아까 전 보았을 때보다 조금 더 시들어있습니다.
이렇게 시들면 안 될텐데.
어쩐지 막연한 슬픔이 느껴집니다.
그야 오늘을 위해 준비한 꽃다발인걸요.


아,
벌써 두번째 역에 내렸나 봅니다.
어느 틈에 하차한 걸까요.
두 사람은 벤치에 앉아있습니다.
정신을 잃었던 동안 그에게 기댄 채 잠들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아까와 같이 플랫폼 상단에 고정되어 있는 안내 표지판이 보입니다.


악몽이요?
그 감각들이 이렇게 생생한데 그 모든 것들이 악몽이었단 걸까요?

| 기준치: | 67/33/13 |
| 굴림: | 45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 기준치: | 85/42/17 |
| 굴림: | 70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살펴본 표지판은 아까보단 훼손된 정도가 덜해보입니다.
훼손되어있긴 하지만,
그래도 아까처럼 읽을 수 있긴 하네요.
아까 보이지 않았던 것도 보이고요.
[인도자... ...의 이름을 호명할 때, 다음 열차가 도착합니다.]
ㅡ하고.

문득 첫번째 역에서 그의 이름을 호명한 직후 열차가 도착했던 것을 떠올립니다.
그럼..
이번 역에서도 그의 이름을 불러야 열차가 도착하는 걸까요?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58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열차 사고의 충격 탓이었을까요?
아무리 꿈이라고는 하지만,
열차에 다시 올라타고 싶지는 않다는 충동이 듭니다.

플랫폼은 텅 비어있고,
들려오는 것은 세차게 내리는 빗소리와,
있는 것은 두 사람이 앉아있는 원목 벤치뿐입니다.
텅 빈채 끊임없이 펼쳐진 것만 같은 플랫폼 한가운데의 간이역은,
꼭,
이 세상과 동떨어진 것만 같습니다.







| 기준치: | 80/40/16 |
| 굴림: | 22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삐ㅡ.
아까까지 들었던 단말마와 같은 이명이 다시금 귓가를 울리고 사라집니다.

농담을 던지는 그의 말과 달리,
무겁게 허공을 가르는 그의 목소리는,
어째서 이만큼이나 빗물에 수몰될 듯 참담히 젖어있는지.
그가 당신의 이름을 호명하고 얼마 있지 않아,
세 번째 열차가 저 멀리서 빗속을 헤치고 다가와 정차합니다.
열차는 지금까지 승차했던 열차와 달리 커다란 2층 열차입니다.
아,
실은 누가 부르든 상관 없었던 걸까요.

내가 너의 이름을 부르든,
네가 나의 이름을 부르든 달리 상관이 없었던 겁니다.
두 사람 앞에 멈춰선 열차의 탑승구가 입을 벌립니다.
...
입을 벌린 탑승구를 마주하자,
타서는 안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타고싶지 않아요.
왜 그러는지 이유는 알 수 없습니다.
그저 그래서는 안될 것만 같다는 근원 모를 충동만이 내 안에 가득합니다.






열차에 올라탈 때까지만 가득했던 이유모를 낯선 충동은 곧,
잘게 흐드러져 떨어지는 그의 목소리에 흔적도 없이 녹아 사라집니다.
아까까지만해도 숨통을 조르고 익사시킬 듯 나를 쥐고 흔들었던 불안감마저도,
깨끗이 씻겨 내려가는 듯합니다.
그저 온 세상을 적시는 빗소리와 끝없는 안정감만이 두 사람 사이에 존재합니다.
두 사람이 함께 세 번째 열차에 올라탑니다.

| 기준치: | 80/40/16 |
| 굴림: | 76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삐ㅡ.
아까 전 들었던,
이제는 익숙해진 단말마와 같은 이명이 귓가를 울리고 사라집니다.
....
두 사람이 올라타는 것과 동시에 열차가 움직입니다.
창 바깥으로 온통 습기뿐인 세계가 스쳐 지나갑니다.
열차는 지금까지의 열차와 마찬가지로 텅 비어있습니다.
이 안에 존재하는 탑승객은 아서 당신과 아나스타지,
두 사람 뿐입니다.
열차 내부에는 2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이 보이지만,
입구가 닫혀있습니다.
닫혀있는 입구의 문에는 커다란 자물쇠가 걸려있는 것이 보입니다.
또...
이제는 익숙한 전광판에는 ,
0901번.
ㅡ이라고 적힌 메시지가 흘러가고 있습니다.

| 기준치: | 85/42/17 |
| 굴림: | 91 |
| 판정결과: | 실패 |
...
문득 아까보다 생기를 잃은 것 같은 국화꽃이 눈에 들어옵니다.
처량히 바래진 꽃잎 속,
갓 생명을 피워낸듯 하얗고 투명하던 꽃잎은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텅 비어있는 객실 속,
있는 것은 당신과 그,
소리없이
0901번. 이라는 숫자를 흘려보내는 전광판,시들어가는 꽃다발,
자물쇠로 굳게 닫힌 2층으로 향하는 계단 뿐입니다.





꼭,
어딘가 나사가 풀린 것처럼 어색한 미소를 짓습니다.
그러고보면 열차에 탄 뒤로 어딘가 모습이 이상하긴 했죠.

두 번이나 열차를 갈아타야 할 정도로 멀리 있는 목적지가 힘들었던 걸까요.
당신은 알 수 없습니다.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6 |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
조금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를 둘러싼 공기가 가라앉아있고,
어딘가 멍한 눈은 왜인지...
괴로워 보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물쇠는 굳게 잠겨있습니다.
열쇠가 필요할 것 같네요.

칸 안을 둘러보면,

| 기준치: | 85/42/17 |
| 굴림: | 17 |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칸 안을 둘러보면,
열쇠 대신 좌석 바닥에 떨어져있는 책을 한 권 발견합니다.
책이라기보다는 얇은 책자에 가까워보입니다.
푸른 색의 표지에는 아기자기한 회전목마 그림이 프린트되어 있습니다.
놀이공원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화려하고도 쓸쓸한 푸른 대낮의 회전목마네요.
제목은 'merry go round'
…메리 고 라운드.
회전목마를 지칭하는 단어입니다.

책을 들어 펼쳐보면,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merry go round]
한 사람이 생을 마감하며,
막 망자를 위한 길로 들어서기 직전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흔히 인생의 주마등과 마주하곤 한다.
지금껏 살아왔던 인생이 눈 앞에서 한 차례 영화처럼 펼쳐지는 현상을 주마등 현상이라고 일컫는다.
죽음의 끝에 당도한 산 자여,
그대의 삶이 적어내려간 필름의 길이를 돌아본 적이 있는가.
마지막 줄을 읽음과 동시에,
강한 현기증이 느껴지고,
곧이어 정신마저 잃어버리고 맙니다.
빛도 한줄기 들지 않는 맨 밑바닥의 어둠 속에서,
당신은 환각을 마주합니다.
환각 속에 삶에서 가장 기뻤던 순간이,
가장 슬펐던 순간이,
죽어서도 잊지 못하리라 여겼던 반짝이던 삶의 조각과,
지금까지 같은 열차를 타고 동행하던 그와의 기억도.
…빼놓을 수 없는 여러 기억들이 스쳐 지나갑니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던 기억,
졸업식을 지내고,
다시 만났을 때 서로 지팡이를 겨눌 수 밖에 없던 기억,
그럼에도 서로를 오라비와 누이로 부르게 된 기억.
한동안 빠른 속도로 영상이 스쳐 지나가고,
잠시간 필름이 뚝 끊기며 말간 어둠이 지속됩니다.
...
...
주위를 둘러보아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문득,
다시금 빛처럼 터져나오는 영상이 하나.
두 사람의 모습입니다.
아나스타지와 당신,
두 사람은 열차를 타고 함께 어디론가 향하고 있습니다.
창 바깥으로는 비가 내리고, 우리는 행복해보입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한없이 다정하며,
애정이 넘치는 눈으로 서로를 마주하고,
서로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고즈넉한 빗소리의 향연마저 그 넘치는 친애에 담뿍 물들어 있습니다.
...
...
하지만 그 행복도 잠시,
끼이익ㅡ!!!!
ㅡ하는 불쾌한 금속의 마찰음 소리와,
곧,
쾅ㅡ!!
무언가 부딪히는 소리.
선로를 이탈한 열차가,
반대편 선로를 지나치던 열차와 갑작스레 충돌합니다.
직후 들려오는 것은 커다란 굉음.
쇠가 굽어들고 절단되는 듯한 소름끼치는 금속음.
무언가 터지는 소리,
날아가는 소리,
어딘가에 들이박는듯한 충격.
온 몸의 뼈가 부러지고,
근육이 찢겨져 나가는 듯한 생생한 통증.
쉼없이 흔들리고 요동치는 어두운 화면 사이로,
그런 당신은 한 점 망설임 없이 끌어안는 누군가가 있었습니다.
당신은 강한 힘으로 끌어안깁니다.
...
아니,
'누군가'라고 특정지을 필요도 없잖아요.
당신의 곁에 사시사철 피어나는 국화처럼 존재하던 사람은 누구인가요.
당신의 곁에 있던 것은 누구인가요.
늘 당신을 위해 스스로를 아끼지 않을 수 있었고,
남은 생애를 바쳐야 한다는 짐작을 했음에도 당신을 끌어안던 사람은 누구인가요.
그야...
당신의 누이, 아나스타지가 아닙니까.
그래요.
아나스타지입니다.
그가 마지막 힘으로, 당신을 끌어안았습니다.
암전하는 열차의 내부를 어둡게 띄우며 필름이 또 한 차례 뚝 끊겨나갑니다.
...
떠오르는 영상의 날짜는...
1년 전의 오늘입니다.
아,
그제야 지금까지 서리가 내린듯,
희뿌옅기만 하던 기억 하나가 마치 퍼즐조각처럼 맞달라 붙습니다.
1년 전, 돌이킬 수 없는 사고의 현장에 존재하던 것은 그 한 사람만이 아니었습니다.
당신과 그, 두 사람이 함께 있었습니다.
'나'를 제외한 탑승객 전원이 사망했던 그 참담한 사고의 현장에서,
그는 당신을 끌어안고 죽었습니다.
오로지 나를 살리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시켜서요.
이건…
주마등인가요?
그래요.
이건 주마등입니다.
인생의 주마등 속에서 사고의 진상을 목격한 아서,

| 기준치: | 66/33/13 |
| 굴림: | 93 |
| 판정결과: | 실패 |

rolling 1D4
()
2
2
...
...
일순 강한 충격과 함께 주마등이 돌아가던 공간이 산산이 부서져내립니다.

| 기준치: | 80/40/16 |
| 굴림: | 75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삐―――.
무너져 내리는 공간 속에서,
조금은.
길게 이어지는 기계음을 들었던 것도 같습니다.
...
꼭 말단부위부터 심장까지 강한 전기가 흘렀다 사라지는 것만 같은 감각.
이윽고 수몰되는 그 조각들과,
끊임없이 퍼붓는 빗소리에 한데 뒤엉켜있던 환각들마저 수몰됩니다.
귀를 먹먹히 침수시키는 낙수음.
당신은 흔들리는 열차 좌석에 앉은 채 눈을 떠올립니다.
기억 났습니다.
떠올렸습니다.
1년 전의 그 날,
그는 나를 끌어안고 대신 죽었던 겁니다.

문득 고개를 돌려 그를 보면,
창가에 머리를 기댄채 곤히 잠들어있습니다.
아주, 아주 깊게 잠든 것만 같습니다.
...
덜컹.
열차가 미약하게 흔들립니다.
머리가 어지럽습니다.
그에 맞춰,
짤그랑,
무언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미약한 금속음이 들려옵니다.

(소리가 난 곳을 살펴본다.)
소리를 따라 바닥을 보면,
회전목마 키링이 달려있는 작은 열쇠를 발견합니다.
아까의 금속음은 이 열쇠가 떨어지던 소리였나요?

아서네이셔스 S. 마제스티: ....(열쇠를 주워 자물쇠를 열어봅니다.)
찰칵,
금속이 맞물려 들어가는 소리와 함께 자물쇠가 열립니다.

열차의 2층으로 들어서면,
그 장소는 이상하게도 단촐한 방과 같은 형식을 하고 있었습니다.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 차창에서 물기를 머금은 탁한 빛이 터져나와 내부를 은은히 비추고 있습니다.
내부에는
책상과 책장, 그리고 침대 하나가 놓여있네요.
깔끔하게 정돈되어있는 책상 위에는,
그 흔한 필기도구도,
책도, 사용감도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 흔한 먼지조차 한터럭 쌓여있지 않네요.
말끔하다 못해 쓸쓸해 보이는 책상 한가운데 반으로 접혀 있는 쪽지만을 한 장 발견합니다.

쪽지의 내용을 펼쳐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눈에 들어옵니다.
[생과 사의 갈림길,
죽음이 머지 않은 영혼의 길을 인도하는 사자는 생전 그 사람이 알던 자의 얼굴로 나타나 여로를 안내한다.]
....
끝이네요.

(쪽지를 다시 올려두고, 책장으로 걸어갔다.)
책장에는 책이 한가득 꽂혀있지만,
그 어느 것도 당신이 읽을 수 없는 것들 뿐입니다.
검은 색의 책등만이 마치 밤하늘처럼 빼곡히 즐비합니다.

| 기준치: | 85/42/17 |
| 굴림: | 60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밤하늘 처럼 빼곡한 책등 사이로 삐져나온
쪽지 한 장이 보입니다.
쪽지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죽음의 이름은 곧 다음 생으로 향하는 문이 열리기 전까지의 영원한 안식을 의미한다.
그 안식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사신은 산 자의 이름을 세 번 부른다.
세 번의 호명 끝에 산 자는 비로소 죽은 자가 된다.]
....
끝이네요.
뭔가,
떠오르는 것 없나요, 아서?

(침대를 살펴봅니다.)
그럴지도요.
....
침대는,
꼭 병원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병실용 침대입니다.
다가서면 커튼이 반쯤 쳐져있습니다.
커튼 위로 핀이 꽂힌
명찰 하나가 매달려 있네요.
(명찰.. 뺴봄..)
아서네이셔스 솔라 마제스티,
ㅡ하고 적혀있는 명찰을 빼내고,
커튼을 걷자 그곳에 있는 것은.
뼈를 치고 사라지는 기시감과 함께 드러난 것은.
쓸쓸하기 짝이 없는 병실의 매트리스 침대.
침대 주변으로 즐비한 온갖 의료 장치들…
그 사이에 푸른색 담요를 덮고 누워있는 사람은,
입가에 산소마스크를 뒤집어 쓴 채 눈을 감고 있습니다.
아서,
아서네이셔스 솔라 마제스티,
당신이잖아요,
저 사람은.

그제야 당신은 형용할 수 없었던 기시감의 정체와 마주합니다.
병상에 누워 끊임없이 즐비한 갖가지 의료 기계들 틈 사이에서,

산소 호흡기를 뒤집어 쓴 채 실낱같은 생명을 부지하고 있는 사람은…
아서,
당신입니다.

| 기준치: | 80/40/16 |
| 굴림: | 92 |
| 판정결과: | 실패 |
삐―.
…이건,
이명인가요?
방금 무슨 소리가 들려오지 않았습니까?

(머뭇거리다가, 주변에 있는 의료기계들을 살펴본다.)
의료기계들을 살펴보다보면,
병상 옆에 자리하고있는 심전도기록장치를 발견합니다.
기록장치의 모니터 위로 마치 미약한 파도같은 당신의 심전도 곡선이 출력되어 흐르고 있습니다.
마치 당장이라도 숨이 멎을 것만 같은,
연약하고도 미약한 곡선이요.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81 |
| 판정결과: | 실패 |
딱히 떠오르는 것은 없지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저것은 몇 번이고 멈췄을테고,
당신은 그렇다면.....
....
그럼,
그렇다면 이 열차는 무언가요.
정말 내가 알고 있는 목적지로 향하고 있는 것이 맞습니까.

| 기준치: | 66/33/13 |
| 굴림: | 32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rolling 1d2
()
2
2
믿을 수 없는 현실의 연속입니다.
아니, 이제 이건 현실이 아니겠지요.
이 열차는, 스스로가 수몰되어가는 열차.
'영원한 안식'으로 향하는 열차에 올라타 있는 것은,
바로,
아서,
아서네이셔스 솔라 마제스티,
당신입니다.
...
...
어쩐지 몸이 강하게 흔들리는 것만 같은 느낌에 눈을 감았다 떠올리면,
흐릿하고 침침한 시야 너머로 희기만 한 천장이 들어옵니다.
삐.
삐.
삐.
벨이 터지는 소리,
장치에서 터져나오는 다급한 기계음 소리,
위급한 환자의 위치를 알리는 병원의 방송 소리,
급박한 발걸음 소리가 뭉개지고,
흰 가운을 입은 의사가 당신의 이름을 부르고…….
...
...
그리고 당신은,
다시 눈을 감습니다.
쏴아아.
고요하고 적막하게 수몰하는 세상을 울리는 빗소리.
낙수하는 빗물은 봄의 끝물에 삶을 모두 피워내고 낙화하는 벚꽃을 닮았습니다.
부드럽게 머리칼을 쓸어주는 손길에 정신을 차리면 어느새 역입니다.
품에 안고 있는 국화꽃은 이제 생기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히 시들어 있습니다.

귓가에 내려앉는 목소리.
그에게 기댄 채 잠들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또.
고개를 들어올리면 아주 자연스럽게도,
플랫폼 천장에 매달려 있는 역 안내 표지판이 눈에 들어옵니다.

지금까지의 표지판과 다른 점이 있다면 조금의 긁힘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이제는 온전히 모든 글자들을 읽어낼 수 있다는 것.
표지판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인도자가 인도를 받을 자의 이름을 호명할 때, 마지막 열차가 도착합니다.]
아, 그래요.
그랬던 겁니다.
누가 부르든 상관 없던 게 아니었던 겁니다.
내가 너의 이름을 부르든,
네가 나의 이름을 부르든 달리 상관이 없던 게 아니었던 거예요.
그러고보면, 꼭 그가 자신의 이름을 부른 뒤에 열차가 도착하지 않았던가요.
그야 당연하잖아요.
저 메시지에 따르면...
인도자는 아나스타지.
인도를 받을 자는,
망자의 길에 들어선 자.
죽음의 여로에서 가장 먼저 열차에 올라타있던 자.
바로 아서 당신입니다.
....
그렇지만 왜일까요.
어찌된 일인지 그는 당신의 이름을 부르지 않습니다.
이제,
마지막일텐데.
어째서.




당신은 역에서 내린 후,
지금껏 마주하지 못한 그의 표정을 마주합니다.
기뻐보이는 동시에,
슬퍼보이면서도,
홀가분해 보이는 눈.
우산을 기울이는 그의 옷차림이 다시금 눈에 들어옵니다.
까만,
정장이죠.
머리에 쓰고있는 모자부터 발끝까지,
모두.
꼭,
세상이 말하는 인도자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우산을 당신에게로 기울인 채,
처연히 떨어지는 비를 맞던 그는 나지막이 입술을 엽니다.
눈물같은 목소리가 허공을 가릅니다.

...
사방은 어느새 컴컴해져있습니다.




.....그랬나. 네가 인도해주는 길인데, 내가 불평할 리가 있겠나.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변을 둘러본다.) 건너로는 어떻게 넘어가면 되나.


...
두 사람은 선로로 내려와,
천천히 반대편 역을 향해 이동합니다.
걷고 있자면,
열차 사고의 기억도,
발끝을 적시는 빗물의 온도도,
그 아무 것도 중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야 당연하잖아요.
서로가 지금 온 힘을 다해 집중해야할 존재는 그저,
지금 옆에 있는 단 한 사람 뿐인걸요.


....글세. 어디까지 알고있었을까. (선로를 가로질러 걸으며, 발길에 채이는 자갈을 툭, 건너편으로 차냈다.) ......삐 소리가, 병원을 떠올리게 만든 것? ...아니면, .....그냥, 무언가 네가 웃는 모습이 오랫만의 재회뿐만이 아니라, ...많이 이상했다는 것? ...아니면, 사람 하나 없는 전세 낸 것 같은 열차가 그랬을지도 모르겠고.


........처음부터 기억했던건 아닌데.... 중간에 기억났다. ...그, .....2층짜리 열차. 마지막 열차에서, 2층으로 올라가니까. ......'내'가 있더라고. ...보고나니 기억이 나더군.
...그, 주마등이라고하는 것 있잖나. (작게 웃고는,) ...그게 스쳤다. 너랑 갔던 기차 여행, 그리고 사고 난거랑, 네가 날 감싸안고. .....그냥, 그런 것들. ........무섭진 않았나? ...후회하거나.

참...얄궃구나.(네 말을 듣다 한 사람, 이라고 해야할지 무엇이라고 해야할 지 애매한 것을 떠올리며 말했고,)...꼭 그런식으로 알게 할 필요는 없었을텐데.(작게 중얼거리듯 덧붙이다가도 이내 조용히 입을 닫았다. 정말로 얄궃기도 하지, 어련히 알아서 했을까. 세차게 내리는 빗속에서 차마 말하지는 못하고 그저 걸으며 네 얘기를 들었다. 그리고 주마등 부분에서 작게 아, 하는 소리를 냈고,) 그래, 그러고보니 그런 것도 있었지. 설마 진짜로 있었을 줄은 몰랐는데 말이다.
....(가만 고민하다 대답했다.) 설마. 그럴리가 없잖니. 말했을 텐데, 후회 있는 삶을 살아온 것 같진 않다고. 그건 그 날의 이야기도 포함하는 거란다.(그래, 그랬다. 무섭기보다는 그저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은 채 몸이 가는 대로 따라 움직였고, 후회보다는 걱정이 남았다. 혹시라도 저만으로는 모자랐을까봐. 그 뒤에서야 후회했었다. 저만으로 모자랐다는 것을 알고서야. 그때 그렇게 무작정 끌어안기만 하지 말걸 그랬다고, 뭐라도 더 해볼걸 그랬다고. 그랬더라면 여기까지 오는 길의 열차를 네가 타지 않았을지도 모르는데. 하지만 그 모든 후회를 사그라들게 할 방법이 생겼으므로.) 덕분에, 기회도 생겼고

.....누군지는 몰라도, 내가 알길 바랐던게 아니겠나. ....너는 그게 누군지 아나? 자물쇠를 채워서 2층을 막아둔 사람, 그리고 2층에.... 쪽지나, '나'같은, ...그런 것들을 놓아둔 사람. ....이 열차들을 준비한 사람이라고 물어야하려나. (아, 하고 덧붙이는 말에 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정말 있을 줄은 몰랐다. 영화나.. 그런 것들에서나 나오는 줄 알았는데.. 정말로 있더군.
(네가 고민이라도 하듯, 말이 없는 것을 가만히 기다렸다. 어차피 열차가 오기까지의 시간은 충분히 남았을 터였다. 이름을 불러야만 오는 열차라면, 그렇다면. 우리가 이야기를 마친 후에 천천히 부르면 되는 열차이니까.) 후회하지 않다면, ...그럼 됐다. 기회는, 뭐고?

그러니까...네가, 나와 함께 사고를 당했지. 그때 너를 살리려고 했는데, 나만으로는 부족했던 모양이더구나. 네가 사고 이후 병원으로 옮겨졌고...혼수상태였지. 1년 동안.(아마 네가 봤다는 너는 그 모습이 아니었을까. 보지 못했던 모습을 짐작하며 말을 이었다.)
혼수상태에서...깨어날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오히려...네 영혼이 죽음에 가까워졌지. 삶의 경계를 벗어나는 그런 너를, 노리는 존재들도 있었고. 그래서, 내가 너를 안전한 안식으로...(말을 흐리곤 입술을 물었다가 놓았다. 그간 오던 길은 그런 길이었음을. 다시금 확인사살하듯 말해야하는 입이 무거웠다.) 이끌기 위해 계약을 하나 했지. 그 계약을 통해 얻은 것이 지금까지 네가 타고 왔던 그 열차였고...내가 네 이름을 부르고, 열차가 오고. 그렇게 너를 인도할 줄만 알았었지. 그런데, 도와주겠다고 하는 이가 있더구나. 너를, 삶으로 돌려보낼 수 있도록.
네가, 여태까지 들고왔던 국화의 주인은 내가 아닌 너였단다. 그건 네 생명 자체니까 말이다. 곧 마지막 열차가 도착할테고, 그걸 들고 오르면...돌아갈 수 있을 거란다.
그러니까..
너의 삶으로.
말을 끝마침과 동시에,
두 사람은 건너편 역에 도착합니다.
거세게 내리는 비처럼 다가오는 모든 진상에 숨이 막혀오는 것 같습니다.
억만겁의 슬픔 탓일까요,
아니면...
그렇게 말하는 너의 표정이 그 어느 때 보다도 더 기뻐 보여서 였을까요.

| 기준치: | 64/32/12 |
| 굴림: | 56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문득 그의 어깨 너머로 안내 표지판이 보입니다.
표지판의 메시지는 우리가 원래 앉아있던 반대편 역의 메시지와,
그 내용이 상이합니다.

...누이. ....그럼 너는. ...너는 다시 되돌아갈 수 없는건가? ....너 역시, ......네 삶으로, 돌아갈 수는 없나?

표지판의 선명한 글씨의 내용은.
삶으로의 귀환.
삶으로 인도받을 자가 인도자의 이름을 부르면, 삶으로 향하는 생환 열차가 도착합니다.

나의...사랑하는 오라비.
이제는 반대입니다.
이제는 반대로 당신이 그의 이름을 불러야 합니다.
아서,
당신이.





(한 참을 말 없이 팔에 힘을 주어 안고있다가, 천천히 몸을 떨어뜨렸다.) ....아나, ..아나스타지. .....내 사랑하는 누이.
아나스타지.
당신이 그의 이름을 부릅니다.
...
바람이 붑니다.
온전히 침체된 죽음의 여로 반대편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어깨가 젖어듭니다.
바람이 이렇게 세차게 불면,
우산도 소용 없는 법입니다.
그러니 지금 마주본 서로의 뺨을 타고 흐르는 것은,
눈물이 아닌 빗물인 겁니다.
어둡던 플랫폼에 빛이 비춰들고,
역 앞에 라이트를 켠 열차가 한 대 정차합니다.
앞유리 창에 붙어 있던 열차의 번호는,
0422번.
열차의 출입구가 열립니다.

삶으로 돌아갈 당신을 환영하는 듯이.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물방울을, 빗방울을 훔쳐내어주며, 조심스레 어루만졌다.) .........또 볼 수 있다면, 우리 그때 다시 보자.

(네 뺨을 어루만지는 손을 내렸고, 언제나의 웃음을 지어보였다.)자, 이제 가야지

(출입구 앞에서 발이 차마 떨어지지 않았다. 이대로 열차에 오르면 다시는 너를 볼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럼에도, ....다시 뒤를 돌 용기조차 없었다. 이대로 다시 뒤를 돈다면, 그렇다면 정말 네게 우는 모습을 보일 것만 같아서, 바닥에 붙어버린 것만 같은 발을 떼어, 열차 위에 올라선다.) ..사랑한다, 누이. .......잘 있어라.
열차에 오르자마자,
대답을 들을 새도 없이 열차의 문이 닫힙니다.
유리창 너머로,
우산을 든 채 당신을 올려다보는 그의 두 눈을 마주합니다.

가로막은 문때문인가요,
세차게 내리는 빗소리에 파묻힌 건가요.
목소리는 들리지 않습니다.
그저 그렇게 속삭일 뿐인 입모양에,
무어라고 답을 건네기도 전에 열차는 움직입니다.

수몰되는 세계에서,
수몰될 듯 슬프기만 한 열차가 빗길을 가르고 내달리기 시작합니다.
둘이 함께 하던 열차가 아닌,
이제는 당신을 제외한 그 누구도 존재하지 않는 열차 안.
이 주체 못할 빈자리를 어떻게 견뎌내라는 걸까요.
이제 옆자리에 더는 네가 없는데,
억겁같은 하루 속에서 네 빈자리를 계속 마주할지도 모르는데.
이 빈자리를 어떻게 흘려보내야 한다는 말인가요.
흐르는 슬픔에 고였던 눈물을 훔쳐냅니다.
꽃잎처럼 흩어지는 눈물을 닦아내고,
또 닦아냅니다.
많이 보고싶을 지도 몰라요.
다시 만나기 전의 수많은 시간을 버텨내며,
아주 아주 많이,
당신이 보고 싶을지도 몰라요.
눈물에 흠뻑 젖어든 소매는 하얗습니다.
어느새부턴가 환자복 차림입니다.
무거이 내려간 고개에,
문득 품에 안겨있던 국화 꽃잎 위로 시선이 떨어집니다.
까맣게 시들어있던 국화는 물기를 머금어 생생합니다.
다시 피어난 겁니다.
나의 삶을 향해 되돌아가는 이 열차 안에서 말이에요.
국화는,
선명한,
보라색입니다.
이제 더는 흰 국화가 아닌 자색의 국화예요.
아서,
알고 있나요?
자색 국화의 꽃말은,
내 모든 것을 그대에게.
ㅡ라고 한다는 것을.
품 한가득 피어난 국화꽃이 향기롭습니다.
...
...
...
삐.
삐.
삐.
익숙하고도 적막한 빗소리,
그 틈 사이로 새어나오는 희미한 기계음에 눈꺼풀을 떠올립니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흰 천장.
소독약 냄새.
밝은 빛.
아,
바뀐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이 곳이 바로,
아나스타지, 네가 인도해준 나의 목적지.
놀란 간호사의 목소리,
커튼을 치고 급히 들어서는 의사의 얼굴.
난잡하게 흐드러지는 내 삶의 빛.
네가 없는 너의 기일.
내가 살아 돌아온 비내리는 밤의 병실.
눈가에 고여있는 뜨거운 물기 탓에 눈이 아픕니다.
가슴에 담기 벅차고,
감은 눈 아래 떠올리기 힘들고,
그 삶이 짧았기에 찬란했고 슬픈 사람이 있습니다.
안녕히,
누이.
한 점 떨림 없이 애정이 담긴 목소리로 네 이름을 부르는 것.
END1. 그것이 내 사랑의 정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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